-저자-
룰루 밀러 / Lulu Miller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15년 넘게 미국공영라디오방송국(NPR)에서 일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NPR의 〈인비저빌리아(Invisibilia)〉의 공동 기획자이고, 뉴욕공영라디오방송국(WNYC)의 〈라디오랩(Radiolab)〉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으며, 《뉴요커》, 《VQR》, 《오리온》, 《일렉트릭 리터리처(Electric Literature)》, 《캐터펄트(Catapult)》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험프백락(블루리지산맥의 험프백산 정상 부근에 있는 녹암 노두)이다.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출처- 교보문고 작가소개
-줄거리-
실연과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주인공은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업적이 자연재해 로 무너지는 혼돈 속에서도 다시금 일어난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라는 분류학자의 이야기를 알게 되며 그가 무정한 세상에서 희망을 가질수 있는 비결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분류학자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느낀점-
데이비드는 유년시절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의 이름을 지어줌으로 분류학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해 어느 순간 자연의 사다리 - 작은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으로 이른다는 계층구조에 빠져 우생학을 고집하며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게 된다.
이 모든 시작은 무엇에 이름을 붙인다 라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데 본질을 알고자 이름을 붙인 행동이 더욱 본질을 가리게 되다.
우리또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의심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든 글귀-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리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이란다."
p - 54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을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라"는 것이었다.
p - 57
물론 이는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던 남자가, 그가 추구하는 것들 때문에 조롱을 당하고 때로는 괴롭힘까지 당하던 남자가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승격된 것일까? 나는 온순하고 음울하며, 먼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창백한 이 남자가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 채 미끄러지듯 슬그머니 지나다니다가, 어느새 어떤 목적의 빛으로, 공기로, 빛나는 물질로, 뭐가 되었든 아무튼 그 목적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p - 76
그는 갈수록 더욱더 내 아버지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때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디를 들여다봐도 보이는 건 그것뿐이었다. 오만에 대한, 마술적사고에 대한 엄중한 경고. 예를 들어 진화론에 대한 강의 요강에서도, 우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다룬 섹션 하나를 통째로 끼워 넣은 걸 볼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라고 그는 썼다. "자연에 참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연의 법칙은 바꿀 수 없으며... 그 법칙을 거스르는 자는 공기로 된 방망이를 휘두르는 셈이다." 나는 이런 언급들에 함께했을 열정적이고 통렬한 비난을, 공중으로 높이 치켜든 그의 주먹을 그저 상상만 해볼 따름이다. 우주 앞에서 너무나 무력한 그 주먹을.
p - 125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 몰두하고 관심을 기울이던 그 상냥했던 소년이, 어떻게 바로 그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들을 기꺼이 말살하려는 남자가 된 것일까? 그의 이야기 중 어느 지점에서 변한 것일까? 그리고 왜?
p - 201
나는 살면서 내 인생의 많은 좋은 것들을 망쳐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한다. 그 곱슬머리 남자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나를 아름답고 새로웅ㄴ 경험으로 인도해주지 않을 것이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p - 208
자신에게서 자유와 유년기, 아이를 갖겠다는 꿈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간 관념들을 전파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애나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나는 분노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흉터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p - 220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 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p - 226~227
애나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는...뭐, 사실 애나가 물고기를 포기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애나는 그것이 "부적합"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애나의 등짝에 찰싹 붙어 있는 단어. 애나를 수용소의 벽돌벽 뒤에 던져 넣고 애나가 세대를 이어갈 그 모든 가능성을 절단해버린 바로 그 단어. 나는 그렇다고,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물고기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고 했다.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p - 250
큰언니는 물고기를 놓아버리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업었다. 언니는 어류라는 범주 전체를 바로 손에서 놓아버렸다. 왜 언닌한테는 그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어너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서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정말로 이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
p - 252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p - 264
과학자들은 "긍정적 환상을 갖는 것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돤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게 됐다.
p - 266
-출처- 곰출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녕 - BOOK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 문예출판사 (0) | 2023.06.26 |
---|---|
하얼빈 / 김훈 / 문학동네 (0) | 2023.01.02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 민음사 (0) | 2022.12.13 |
우리가 고아였을 때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1) | 2022.12.13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창 (0) | 2022.12.11 |